[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정부가 '5극3특'을 통해 수도권 집중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거점도시 육성만으로는 인구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프라 확충에 그칠 게 아니라 산업·기업·인재가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지역의 '생산성'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도시 규모의 결정 요인과 그 변화(2005~2019). (사진=김선함 연구위원)
수도권 쏠림, 본질은 '생산성'…다른 요인 '압도'
김선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일 발표한 '수도권 인구집중' 분석 보고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분포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도시의 생산성을 지목했습니다.
생산성은 같은 인구와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뜻하며, 지역 소득 수준과 일자리 질에 밀접하게 연관된 지표입니다. 2005년 수도권 도시의 평균 생산성은 101.4%로 비수도권(98.7%)과 유사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에는 수도권 생산성이 121.7%로 비수도권(110.6%)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생산성 격차는 15년 사이 2.7%포인트에서 11.1%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격차 확대는 인구 이동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높아졌습니다.
보고서는 도시 생산성 격차가 자연·생활 환경의 '쾌적도'나 인구 증가에 따른 혼잡 악화 속도를 나타내는 '인구수용비용'을 압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거·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만으로는, 인구 이동의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9일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대학구성원과 기업인, 청년, 주민을 대상으로 5극3특 균형성장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지방시대위원회)
8.5조 쏟아부었는데…세종 생산성은 '평균 밑'
김 연구위원은 그간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세종시 건설로 비수도권의 인구 수용 여건은 일정 부분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역 생산성 제고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세종에는 약 8조5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인구수용비용을 크게 낮췄지만, 인프라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0년대 이후의 생산성 증가율(6.4%)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자본 투하가 집중된 2005~2010년에만 생산성이 17%로 증가했을 뿐입니다.
현재 세종시 인구는 목표치인 80만명의 절반 수준인 40만명대에 불과합니다. "세종시 등 신도시 건설은 인프라 투자에 치중해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이었고, 인구 유입 촉진에도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입니다.
혁신도시도 비혁신도시와 생산성 증가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판교테크노밸리가 위치한 성남시는 세종시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됐지만 2010년대 이후 49.2%의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국토균형발전의 관건이 '얼마나 멀리 옮기느냐'에 있지 않다고 봤습니다. 결국 이전된 공공부문 고용이 민간과 연관 산업으로 확산해 지역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같은 분석은 공공기관 이전과 거점도시 육성을 축으로 한 '5극3특' 구상도 생산성 제고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인구 분산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 완화가 가장 큰 목적이라면 2차 공공기관을 이전할 때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세종시와 1~2개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해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이려면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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