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강호동 방지법 발의…농협 대수술
2026-01-20 06:00:00 2026-01-20 13:03:15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농협중앙회장의 '보은 인사'를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농협의 각종 비위와 방만 경영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고 일부 임원이 옷을 벗었지만,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임원들은 그대로 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인사 영향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호동 라인 여전히 낙하산 포진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강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추가 농협 개혁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 사퇴로는 농협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중앙회장 선거 과정과 연관된 인사들의 임원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농협법과 내부 규정 어디에도 '캠프 인사'나 선거 기여자에 대한 임원 임명 제한 규정이 없다"며 "이로 인해 중앙회장 1인에게 인사 권한이 과도하게 쏠리고 선거를 도운 인사들이 주요 보직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반복돼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농협법에는 앙회장의 권한과 책임, 임기 등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 자격과 관련된 제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농식품부 감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는 다양한 농업인 단체와 학계로부터 폭넓게 추천을 받아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인사 담당 부서가 일부 단체와 학계만을 대상으로 후보를 추천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이사회는 이를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자기 사람을 꽂을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면서 "캠프 참여 여부를 어떻게 규정하고 구분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입법 과정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법 개혁안은 정부의 범농협 감사가 끝난 이후 개선 사항을 정리해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 지배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대수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앞서 강 회장은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과다한 숙박비를 사용하고 일부 부적절한 겸직으로 이중 급여를 수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농민신문사 회장직 등 겸직 중인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도 했습니다. 지준섭 전무이사(농협중앙회 부회장)와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일부 임원의 사퇴로는 쇄신이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권력의 기반이 되는 캠프 낙하산 인사들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 등은 오는 2026년 3월 임기 만료까지 얼마 남지 않아 면피용 사임이라는 지적입니다. 
 
강 회장 취임 이후 회장 선거를 도운 캠프 인사들이 중앙회 고위직으로 내려오는 '보은 인사'는 심각했습니다. 실제로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은 퇴직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 당선 이후 농협중앙회 및 산하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사의를 표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지난 2022년 말 NH농협무역 대표이사직을 마치고 퇴직했지만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이후 2024년 3월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지 부회장과 함께 선임된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와 박서홍 농업경제지주 대표,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 역시 모두 농협 조직에서 퇴직한 이후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입니다.
 
여 대표와 박 대표는 각각 2022년 농협네트웍스 대표직과 2023년 농협경제지주 임원직을 끝으로 퇴직했으며 김 대표는 2018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재직 이후 조직을 떠난 바 있습니다.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 역시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직을 끝으로 지난 2016년 퇴직했다가 8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조영철 전 농협홍삼 대표의 경우 2022년 회사를 떠난 뒤 지난해 농협에코아그로 대표로 돌아왔습니다.
 
'보은 인사 차단' 법적 기준 마련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준병 의원은 현재 법사위에 올라간 농협개혁법과 별개로 2차 개혁법안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앞서 발의한 비상임조합장 연임을 최대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윤 의원은 강 회장의 '보은 인사'가 각종 의혹의 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의원은 "선거 당시 도움을 준 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기용한 것이 심장충격기 납품업자 건, 농협은행 용산센터 지점장 사건, 인천 비호워크 대표 건, 쌀과자 제조기 관련 68억원 투입 의혹 등 연쇄적인 문제로 이어졌다"며 "회장이 '도와준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사를 운영하면 조직은 불신을 받고 청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농협중앙회의 '보은 인사' 논란은 국감 단골 소재였습니다. 강 회장은 국감장에서 '보은 인사' 지적이 불거질 때마다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며 사실상 인사 논란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부 임명 방식이었던 농협중앙회장은 1988년 민선으로 전환됐고 이후 조합장 직선제와 대의원 간선제를 거쳐 2021년 다시 조합장 직선제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선거 방식과 무관하게 매번 잡음이 반복됐습니다. 중앙회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는 농협의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말로만 직선제이며 사실상 조합장 간선제라는 평가가 계속 됐습니다.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 실장은 "농협중앙회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모처에 임의 장소를 꾸리고 전현직 임원들을 모아 선거를 도모하기 때문에 정치권 처럼 정식 선거 캠프는 없다"면서 "강 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고 공식적인 선거 캠프는 인정하지 않지만 보은 인사라는 점은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단상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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