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미 ADR 상장 ‘승부수’…반도체 패권 ‘정조준’
대규모 자금 조달·기업가치 제고 목적
‘신주 발행’ 유력…주주가치 희석 우려
2026-03-25 13:38:37 2026-03-25 14:42:31
[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SK하이닉스의 연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증시에 SK하이닉스를 상장함으로써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히고 글로벌 투자 저변을 확대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시장점유율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깔렸습니다. 다만, 최근 12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상장 방식으로 신주 발행이 유력시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24일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 수요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장 공모의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ADR 상장 일정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심사 절차가 시작된 만큼 국내외 법령에 따라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규모 자금조달 절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됩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히고 글로벌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전례 없는 호황기가 왔고 지금 계속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더 이상 국내에서 지금 규모 이상으로 투자 자금 조달을 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해외시장에서 돈을 더 조달해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네덜란드의 ASML로부터 EUV(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는 데 12조원을 썼고, 최근 짓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 비용도 128조원에서 60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0조원대 중반까지 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AI 발전으로 인해 전례 없는 메모리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공급 부족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에, ADR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적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규모는 10~15조원으로 점쳐집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지난 16(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현장에서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ADR)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데, (상장이 결정되면)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은 일종의 장치산업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할 경우 새로운 시설도 같이 확충해야 하기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면에서 ADR 상장 추진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TSMC처럼 기업가치 제고 목적도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추진 배경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의 평가가 마이크론보다 낮기에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MSL 등 반도체 기업들이 ADR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바 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마이크론은 20% 초반대 수준입니다.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도 SK하이닉스는 472063억원을 기록하며 마이크론의 242000억원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대표적인 기업가치 지표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향후 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호황 장기화 전망 등으로 인해 ADR 상장 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집니다. 곽 사장 역시 주총에서 “ADR 상장 추진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된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곽노정 "주주환원 다각도 고민"
 
SK하이닉스의 ADR 상장과 관련해 세부 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식을 새로 찍어내는 신주 발행을 기반으로 한 상장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활용해 ADR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는데, 지난달 1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상태로 이를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까닭입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에 신주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는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화되는 신규 발행 방식은 반대라며 “SK하이닉스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를 소각하고 대부분은 미국에 상장하는 방식을 권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지수 등에 편입되면 가치가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방식에 따라서 국내 여론이 갈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곽 사장은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 가치 희석 우려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고, 향후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이 확정되는 시점에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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