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통 KT맨 복귀에 거는 기대
2026-04-01 13:39:19 2026-04-01 13:39:19
KT가 104일간의 리더십 공백 논란을 거친 끝에, 정통 KT맨이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박윤영 신임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정보보안과 네트워크 현장을 찾으며 현장 경영으로 첫발을 뗐다. 내부에서는 "이제야 KT를 아는 경영자가 왔다"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그간 KT를 둘러싸고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온 언론 역시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다.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조직과 산업을 모두 이해하는 내부 출신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약 2년7개월간 이어진 외부 출신 CEO 체제를 마무리하고 내부 출신 리더십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신임 경영자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윤석열정부 시기 낙하산 인사로 불렸던 외부 인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조직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 KT는 해킹 은폐 논란이라는 치명적인 신뢰 위기를 겪었다. 전·현직 임직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 역시 무너진 의사결정 체계다.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조직의 작동 방식 자체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작업이 시급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산업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문명사적 전환기에 진입했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거치며 국가의 위상을 바꿔왔듯, 이번 전환 역시 누가 먼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미래가 갈린다. 과거 한국통신 시절, KT는 통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전자교환기 TDX-1 개발과 전국 전화망 구축은 단순한 기술 성과를 넘어 산업 기반을 만든 사건이었다.
 
지금의 환경은 다르다. 유무선 인프라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국가대표 IT 기업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어렵고, AI 시대에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산업 내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윤영 대표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KT가 다시 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산업적 요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말과 형식보다 속도와 실행으로 보여주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취임 첫날 현장을 찾은 행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금 KT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무너진 기본을 다시 세우는 실행력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결국 관건은 초심이다. 내부 신뢰를 회복하고, 외부의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과정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외부 요인으로 핑계를 대거나 과거 정권의 흔적을 정리하는 데 머물러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통 KT맨의 복귀가 단순한 '안정화'에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KT를 산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지금은 기대를 말할 시간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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