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자금 바닥, 자금줄 막힌 홈플러스…청산 수순
"1000억 긴급수혈도 역부족"…급여·납품대금 또다시 차질
거래처 이탈·빈 매대 확산…현장서 감지되는 '붕괴 신호'
익스프레스 매각 '불투명'…경영 정상화보다 '청산' 무게
2026-03-24 16:37:37 2026-03-24 16:49:07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앞.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이혜지 기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오는 5월2일까지 연장돼 간신히 청산 위기를 모면한 홈플러스가 여전히 자금난으로 경영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입니다.
 
당초 법원이 회생 기한 연장을 허용한 핵심 이유는 MBK파트너스 1000억원 긴급자금(DIP) 투입, 체불임금 등 급한 채무 해결 가능성,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진행 등 세 가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긴급자금 1000억원은 그동안 밀린 임금과 상여금 지급에 대부분 사용되면서 이달 급여 지급이 또다시 차질이 생겼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달 직원들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상당수 협력사 대금 정산과 세금 납부도 연기됐습니다. 즉 회생 기한 연장을 가능하게 했던 긴급자금 추가 투입과 체불임금 해소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 극복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설 상여금과 직원 임금 50%를 체불하고 2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다가 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과 11일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투입해 밀린 급여를 지급했으며, 미지급 상태였던 협력사 납품 대금도 일부 정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긴급자금은 금세 바닥이 났습니다. 이달 급여와 상당수 협력사 대금 정산과 세금 납부는 재차 미뤄졌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당초 상품 확보 등 영업 정상화에 쓰이기를 기대했으나, 체불임금 지급에 약 800억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자금의 약 80%가 급여로 사용되면서 상품·영업 측면의 정상화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이종대 홈플러스 일반노조 위원장은 "2월 급여는 순차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되며, 3월 급여는 원래 21일 지급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며 "회사 측은 공식 공지 없이 3월20일 오전 사무국장을 통해 자금 사정이 어려워 급여 지급이 어렵다는 취지로 구두 전달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노조는 사내망이나 문서를 통한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물품대금 및 자금 상황을 이유로 구두로만 약속을 정리해 두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금 바닥에 멈춘 현금흐름…여전히 '유동성 위기' 
 
현장에서는 대금을 받지 못한 거래처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비어 있는 매대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를 찾는 고객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매출 하락과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폐점 점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폐점 보류로 분류됐던 천안신방점과 천안점 가운데 천안점은 폐점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당초 긴급자금 3000억원이 유입될 경우 천안점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노조도 회생계획안에 동의했으나, 투자 유입이 무산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죠. 이에 따라 천안점 직원의 약 70%가 퇴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산·평택 등 인근 점포와의 거리 문제로 고용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동성 위기를 직격으로 맞이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경영 불안은 매장 분위기에서도 읽힙니다. 간신히 생명 연장에 성공한 일부 매장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했습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문래점은 평일 낮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장 안은 한산했습니다. 쇼핑 카트를 끄는 고객보다 빨간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직원 한두 명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10~15명가량의 직원이 매장 곳곳에 흩어져 있었는데, 체감상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매대 상황도 심각했습니다. 진열대 중간중간에 빈 공간이 드러나 있었고, 그 자리를 PB(자체 브랜드) 상품들이 메우고 있었습니다. 일반 브랜드 상품의 자리가 줄고 PB 상품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었습니다.
  
경영 정상화 안갯속…현장에 번진 '폐점 그림자'
 
결국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기보다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은 실행 가능성이 매우 낮고,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두 달 더 연장받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영정상화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은 계속하되 자산가치가 높은 점포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채권자에게 나눠 주는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홈플러스 정상화의 변수는 익스프레스 부문 매각입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늦어도 4월 말에서 5월 내 매각이 이뤄져야 물품 대금 지급 등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익스프레스 매각 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현재 최소 3곳에서 최대 5곳 정도의 업체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익스프레스 부문이 고용승계를 전제로 M&A가 진행될 경우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동시에 일부 직원은 기존 회사에 잔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사 측과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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