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주범 'CJ')①담합·가격인상 '무한반복'…국민 식탁물가 위협
35년 반복된 담합의 역사…식료품 원재료 시장 '가격 왜곡'
담합행위 적발 후 ‘면피성’ 가격인하…제재 실효성 도마 위
CJ그룹 책임론 부상…담합 재발 방지보다 신사업 확장 몰두
2026-03-23 14:56:29 2026-03-23 15:22:43
(편집자 주) 수십 년간 담합행위에 반복적으로 연루돼 온 CJ그룹을 두고 서민 물가 상승의 배후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최근 적발된 사례에서도 CJ는 담합을 통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며 원가 상승을 부추겼고, 이는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직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35년간 밀가루·설탕은 물론 고추장, 배합사료 등 다양한 품목에서 담합에 가담해 시장가격을 왜곡해 왔습니다. 당국에 적발될 때마다 일시적 가격인하 등 '면피성 조치'로 책임을 회피하는 패턴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결국 식탁 물가를 좌우하는 핵심 원재료 시장에서 CJ와 같은 독과점 기업들의 반복되는 담합행위가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본지는 서민 물가 상승의 주범인 CJ의 담합 사례를 살펴보면서 유통 기업 담합행위의 구조적 문제와 제재 실효성의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뉴스토마토 이혜현·이혜지 기자] 필수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진 유통 대기업들의 담합행위가 있었습니다. 담합행위를 비롯해 식료품 물가 인상 카르텔의 중심에는 CJ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설탕은 국민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원재료입니다. 반복되는 담합행위에 CJ를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뚜렷한 재발 방지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죠. CJ가 지금까지 보인 담합 위기 관리 행보는 담합행위 대상 품목인 밀가루, 설탕 가격의 면피성 인하가 전부입니다. 
 
CJ그룹은 수십 년간 반복된 식료품 원재료 담합을 통해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그 결과 서민 물가 상승을 초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담합 근절이나 재발 방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신사업 확장과 수익성 높은 사업의 해외 진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2007년에도 15년에 걸친 설탕 가격·출고량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한 행위는 반복됐고, 지난해 말 또다시 설탕 담합에 연루되며 검찰의 강제수사까지 이어졌습니다. 당국 조사 결과 해당 담합 규모는 약 3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습적 담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담합이 반복되는 근본적 문제는 독과점 구조와 솜방망이 규제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과징금을 내더라도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니 주저함이 없이 담합을 하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우선 대표이사를 단호히 형사 처분하고 징벌적 배상 수준의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관련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CJ 그룹 제공)
 
가격 왜곡에 '소비자 고통' 가중…정작 CJ는 '신영토 확장'만 골몰 
 
이 같이 구조적 담합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CJ는 담합이나 부당한 폭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보다는 이재현 회장이 강조해 온 '신영토 확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은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그룹의 성장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외연 확장에 앞서, 국내 시장에서의 책임 있는 경영과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당국에 적발된 사례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장기간 조정하며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가격인상은 원재료 단계를 넘어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죠. 최근 담합행위가 적발됐던 설탕은 라면·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원가에 직접 연결되며, 설탕 가격이 오르면 이들 품목 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밀가루 역시 식품·외식 전반의 원가를 좌우하는 원재료로, 담합행위와 가격 통제는 생활물가 전반에 연쇄적 영향 미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사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에만 1506억8900만원이 부과되며 업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간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8차례에 걸쳐 조율한 혐의를 받습니다. 국내 설탕 시장의 약 90%를 점유한 이들의 담합 관련 매출액은 3조2884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담합 기간 중이던 2023년 10월, 설탕 가격을 최대 66.7%까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담합 적발 후 '면피성' 가격인하…또 '조 단위' 담합 반복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CJ제일제당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도 삼양사·대한제당과 함께 설탕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했다가 2007년 적발된 바 있습니다. 3사는 영업본부장 회의에서 시장점유율을 합의한 뒤 매월 출고 실적을 교환하며 가격인상 폭과 시기를 조율했습니다. 당시 과징금은 511억원, 소비자 피해액은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CJ제일제당은 자진신고(리니언시) 1순위를 활용해 과징금 227억원 중 절반을 감면받았습니다. 1차 제재 이후 불과 16년 만에 같은 품목에서 재차 담합이 이뤄진 셈입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삼양사·대한제분 등 8개 제분사와 밀가루 생산·판매량과 가격을 담합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담합 기간 매출액은 약 4조원대, 밀가루 가격은 공산품 평균 인상률의 4배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총 과징금은 434억1700만원이었으나 CJ제일제당은 이번에도 리니언시를 활용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습니다. 이후 삼립식품 등 피해 업체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CJ제일제당은 12억원대 배상을 명령받았습니다.
 
2010년에는 대상과 함께 고추장 시장에서도 담합했습니다. 양사 임직원은 조선호텔 모임에서 할인점 고추장 행사 제품의 할인율을 30%로 제한키로 합의했습니다. 공정위는 두 업체에 총 10억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사장급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카길·하림 등 11개사와 배합사료 가격을 총 16차례 담합한 혐의로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두 건의 담합 사건이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밀가루 2차 담합(2019~2025년)은 7개 제분사가 6년간 가격 인상 폭·시기와 물량 배분을 반복 담합한 혐의로, 관련 매출액 5조8000억원 기준 최대 1조1600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됩니다. 전분당 담합(2018~2025년 추정)은 4개사가 7년 6개월간 물엿·포도당·액상과당 등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최대 1조24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예상됩니다. 두 사건 모두 올해 초 심사보고서가 발송되며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사옥.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독과점 지위 남용…처벌 강화 통해 규제 실효성 높여야"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요 사업자 간 가격 협의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죠.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빵과 라면 가격이 뒤따르고, 설탕 가격 상승은 음료와 과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죠. 결국 설탕, 밀가루 같은 식료품 원재료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까지 올리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합니다.
 
정부도 이례적으로 담합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고강도 대응을 예고했지만, 수년간 반복된 CJ제일제당의 담합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CJ가 독과점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는 설탕, 밀가루 등에 대한 담합행위가 적발된 이후 일시적인 가격인하 조치가 이뤄진 뒤 다시 가격을 인상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복되는 담합 논란 속에서 식료품 원재료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투명성 확보 필요성과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를 통해 법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기업 담합행위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담합 기업들의 형량을 줄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여기에 현행 과징금 규정도 담합 기업이 누리는 범죄이익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국장은 "결국 현행 제도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훨씬 큰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가격 담합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반복되는 담합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사 사례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기초 식료품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사업자의 가격 결정 행태가 곧바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기업의 책임 있는 가격정책과 함께 더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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