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1월 20일 11: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 양상이 서울과 비서울 지역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사업성이 양호한 서울 소재 사업장은 경·공매가 계속 진행되면서 잔액이 줄었지만 그 외 지역은 진척이 더디다. 남아 있는 곳들의 정리가 쉽지 않은 만큼 건전성 개선 효과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서울 중심으로 잔액 남아…길어지는 정리 작업
20일 금융투자협회 공개 정보와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매각 추진 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40개(감정평가액 없는 것 제외)이며, 잔액은 총 11조1020억원이다. 잔액이란 PF 사업장에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권의 금액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6600억원(6%) ▲인천·경기 4조5090억원(41%) ▲부산·울산·경남 2조5920억원(23%) ▲대전·충남·충북 1조3820억원(12%) ▲대구·경북·강원 9570억원(9%) ▲광주·전남·전북 6810억원(6%) ▲제주 3200억원(3%) 등으로 확인된다.
서울은 잔액이 적은 반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크게 누적된 모습이다. 사업성이 비교적 양호한 서울에서는 우선적으로 정리가 이뤄졌지만, 그 외 수도권과 지방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금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업성도 열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대비 잔액 비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서울이 10%p 하락했다. 반대로 수도권에서는 특히 인천·경기가 8%p 오르며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서울 지역의 사업장(본PF)은 포트폴리오 용도 분류상으로도 정리에 불리하다. 서울은 매각 중인 사업장이 주로 오피스텔이나 기타주거시설이다. 경·공매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있는 것들이다.
반면 인천·경기의 경우 기타주거시설과 근린생활시설, 기타상업시설, 주상복합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근린생활시설이나 기타상업시설, 주상복합은 높은 임대료와 공실률 상승 문제 탓에 정리가 어려운 사업장으로 꼽힌다.
부산·울산·경남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비중이 높지만 지방이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다. 대전·충남·충북은 호텔이 많아 어렵고, 광주·전남·전북은 여러 용도가 골고루 분포해 있는 가운데 물류센터까지 있어 더 복잡하다.
감정평가액 기준 금액이 가장 낮은 곳은 8억원(대전 내 주거시설 아파트)이며, 가장 큰 곳은 7028억원(경기도 김포 아파트 단지)이다. 범위가 매우 넓지만, 평균값은 461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마지막 회차의 입찰 개시일은 대부분이 2025년 연중(1월~12월)이고 그에 앞선 2024년도 21건 정도 있다. 경·공매 기간이 경과하면서 최저입찰가가 감정평가액 대비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매물 리스트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브릿지론 비중 84% 달해…정리 속도나 효과 둔화 전망
부실 사업장 전반적으로는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정리 전망이 밝지 않다. 본PF 비중은 16.2%뿐이며, 나머지 83.8%가 브릿지론이다. 본PF는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대출이고, 브릿지론은 그 이전 단계인 토지대 대출이다. 브릿지론의 사업성이 훨씬 미흡한 만큼 경·공매 수요도 없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매각 손실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공매 진행으로 정리가 된다고 해도 할인율이 높게는 30%~50% 범위에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할인율 수준은 사업장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수요가 낮아 정리가 늦어지는 곳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각 손실의 경우 금융사가 대손충당금 안에서 커버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라면서 “이미 선제적으로 인식해 놨으면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회사마다 상황과 영향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권에서 PF 사업장 정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곳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다. 정리 대상에 해당하는 PF 사업성 평가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가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이 1조7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가 1조8000억원이다.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9.2%, 8.6%다.
지난해는 매 분기마다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가 줄고 건전성도 개선됐다. 다만 남아 있는 사업장의 처리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경·공매 작업 속도와 건전성 개선 효과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리해야 하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절대적인 규모도 있지만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도 고려 요인”이라며 “그러한 측면에서는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사 부담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PF 정리는 사업장별로 실질 수준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다만 앞으로 정리해야 할 PF 사업장 가운데 남아 있는 것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은 빠르게 정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