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재계 ‘이사회 축소’ 선제 대응
사내이사 줄여 이사회 정원 축소 전략
“지배구조 불확실성 관리 필요 커질듯”
2026-04-07 16:03:29 2026-04-07 16:03:2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관련 정관을 손질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영권 행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외부 세력의 진입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이사 정원 자체를 줄이는 방어적 슬림화현상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도심 속 마천루의 모습. (사진=뉴시스)
 
7일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상장사 중 전년도와 비교 가능한 269곳의 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주총 이후 전체 이사 수는 총 173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1780명 대비 47(2.6%) 감소한 수치입니다. 특히 사내이사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습니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줄어든 반면,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2%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룹별로는 카카오의 이사 수 감축 폭이 가장 컸습니다. 카카오는 10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 8명을 포함 총 14명의 이사를 줄였습니다. 이어 롯데(13, 사내7·사외6), 삼성(9, 사내6·사외3), LS(7, 사내5·사외2), 한화(6, 사내3·사외3), 영풍(4, 사내3·사외1) 등 순으로 이사 수가 감소했습니다. 또 현대백화점(2), 미래에셋(1), 효성(1), LX(1), 이랜드(1) 등의 그룹은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내이사만 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사내이사 축소를 통해 전체 이사 정원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최소 선임 인원까지 줄이려는 선제적 방어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했습니다. 통상 정관상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규정되는데, 정관 변경 없이도 조정이 가능한 사내이사를 줄이면 전체 이사 수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사외이사 최소 선임 기준도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축소하는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또한 올해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을 통한 대응 징후도 나타났습니다. 이사회 구조 변화에 대비해 제도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먼저 올해 주총 부의안건 2494개 가운데 이사 수를 비롯한 이사회 관련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184곳에 달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사 수를 줄인 경우는 15(8.2%)이었고, 상당수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만 변경했습니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수를 조정한 그룹 중에서는 효성이 5개 계열사(효성,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 효성중공업은 해당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이어 LS 4(LS일렉트릭, LS네트웍스, E1, 예스코홀딩스), 한국앤컴퍼니 2(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진(한진칼), GS(GS글로벌), 롯데(롯데케미칼), 셀트리온(셀트리온)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관상 이사 임기를 조정한 기업은 14곳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화가 7개 계열사(한화,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엔진, 한화비전,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로 가장 많았고, 효성 4(효성,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롯데(롯데케미칼), 카카오(넵튠) 등 순이었습니다. 이중 효성중공업만 해당 안건이 부결됐고 나머지 기업은 가결됐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2차 상법 개정으로 소수주주가 선호하는 인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질 수 있고, 1차 개정으로 주주로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이사회 내 의사결정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로 돌아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불편한 동거를 사전에 완화하기 위해 이사회 규모 축소나 임기 조정 등을 통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필요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