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지구 차원에서 동맹 개념이 바뀌는 시대
미국에 안보 의존한 걸프국들 중동 전쟁 최대 피해자로
미국 나토 탈퇴 위협, 유사시 공조 신뢰성 흔들
해상교통로 등 안보 공공재, 앞으로 누가 책임질까?
'평화 외교' '안보 자강' 등 한국도 새로운 과제 직면
2026-04-07 06:00:00 2026-04-07 06:00:00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은 중동의 국지전이 아닙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떠받쳐 온 미국 중심의 동맹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동맹=안전'이라고 여겼습니다. 강대국과 손을 잡으면 억지력과 위기 대응력이 강해진다고 봤죠. 지금은 동맹국 때문에 위험에 빠질 수도 있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동맹국이 한발 물러설 수 있음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국제정치학 교과서에서는 동맹은 쓸모가 있지만,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동맹 때문에 원하지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갈 연루의 위험과 정작 필요할 때 동맹이 나를 돕지 않는 방기의 위험이 있다고 흔히 설명합니다. 교과서 개념처럼 보였던 문제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3월1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한 남성이 푸자이라의 석유 시설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 파편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화학 공장 한 곳이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UAE 당국이 5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첫째,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회원국들이 심각하게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유럽 동맹국들의 이란전 불참을 이유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황을 두고, 영국 신문 <가디언>은 나토가 "77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직 미국 나토 대사 이보 달더의 경고를 실어, 지금의 충격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동맹 신뢰를 흔드는 수준이라고 전했죠.
 
동맹은 원래 공동의 위협 앞에서 결속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위협과 부담에 대한 인식을 서로 달리하면서 회원국들이 다투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았다고 유럽은 생각합니다. 더구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에너지 비용 상승, 경기 둔화, 국내 정치 불안이라는 복합 위기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밀어붙인 전쟁에 따라 들어가는 것을 자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렵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미군의 작전 지원 요구에 선을 그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게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과 달리 미국이 쉽게 나토를 탈퇴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나토에 남더라도 유럽 유사시에 미국이 "이것은 나의 전쟁"이라며 흔연하게 유럽을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고 있습니다. 동맹 이론으로 치면 방기 위험이죠. 이에 대비해 유럽은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책임을 늘리는 유럽 안보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걸프 국가들은 훨씬 심각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들은 미국의 안보 보호를 기대하며 미군 기지를 제공하고 협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이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에 가장 먼저 노출됐습니다. 미국 편에 서서 안전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적으로 만든 이란에 의해 적으로 규정되고 말았습니다. 연루의 위험이 적나라하게 현실화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전쟁 비용 분담을 거론하면서 일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워싱턴이 결정하고 위험과 비용은 현지 국가가 떠안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싸고 미국이 "해협 이용 국가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손을 뗄 뜻을 비친 것도 중대한 장면입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해상교통로 안전, 원유 수송로 보호 등 안보 공공재를 제공해왔습니다. 많은 나라가 그 질서 위에서 성장했고, 동맹은 그 공공재 체제의 일부로 기능했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이란을 선제공격하자 이란이 해상교통로를 봉쇄했죠. 그런데 미국은 뒷감당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패권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안보 공공재를 예전처럼 광범위하게 자동으로 제공하진 않을 겁니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 문제에 더욱 선택적으로 개입하고, 비용은 더 많이 청구하고, 책임은 더 많이 전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외교안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 차원의 동맹 성격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을 위한 신뢰는 유지하되 연루의 위험은 줄이고, 미국이 제공하던 안보 공공재가 약화할 경우를 대비해 우리 능력과 주도성을 키워야 합니다.
 
가깝게는 일본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41일 밤 미국민 상대 연설에서 이란을 위협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선 손을 뗄 뜻을 밝혔죠. 가하라 미노무 일본 정부 관방장관은 42일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고 반응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협상 중 선제공격을 한 점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잘잘못을 따지지는 않되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군사행동에 모두 반대하는 견해를 일본은 에둘러서 밝히고 있죠.
 
우리 정부도 최소한 일본 수준의 목소리는 내야 합니다. 중동 전쟁 조기 종식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평화 애호 외교이며 국익 외교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면 시민사회와 학계, 언론 차원에서라도 평화 외교 필요성을 제기해야 합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 경제와 안보 부담이 커집니다. 시민사회가 평화 담론을 주장하는 것도 안보의 한 부분입니다.
 
안보 차원에서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되 전시작전권 회복을 포함한 자강 노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관련해서도 불필요한 연루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동맹의 중요성과 함께, 지구 차원에서 동맹 개념이 바뀌고 있음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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