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에 참여한 김아현씨(활동명 해초)에 대해 외교부가 내린 여권 반납 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민변은 이미 해외에 체류 중인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 없이 내려진 이번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실질적 사유도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해초 활동가에 대한 여권 반납명령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해초 활동가에 대한 여권 반납명령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에 대한 외교부의 여권반납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습니다.
민변에 따르면 외교부는 3월27일경 '가자로 가는 1000대의 마들린호'(TMTG) 한국지부 해초 활동가의 대한민국 내 거주지로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를 발송하며 7일 이내에 반납하지 않는 경우 여권의 효력이 자동 상실된다고 통지했습니다. 문제는 김 씨가 이미 적법하게 제3국으로 출국해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조치가 내려졌고, 해당 사실을 인지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민변은 우선 외교부의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봤습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행정청은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을 할 경우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처분의 이유 제시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김씨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에 관해 어떠한 내용도 제시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단체는 처분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솔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교부가 제시한 여권법 상의 '중대한 침해'란 반국가적 전력을 가진 자가 출국해 재차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에 준하는 수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을 의미한다"며 "인도주의적 목적의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한 해초의 경우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권발급 거부 또는 반납명령은 예방적·사전적 처분이지, 이미 출국한 자에 대한 응보적 수단이나 국외 체류의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더욱이 이미 김씨가 해외 체류 중인 상황에서 여권 무효화가 현실화될 경우 해초 활동가에게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묘희 변호사는 "해외에 체류 중인 상태에서 본인을 증명할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며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해외 이동을 포함한 거주 이전의 자유와 또 평화 활동이라는 표현의 자유가 즉각적으로 침해되는 만큼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여권 무효화가 현실화될 경우 각 기항지 국가의 출입국 법령에 따른 인신구속의 위험이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EU 회원국의 경우 EU 귀환지침에 따라 귀환결정 발령이 의무화돼 있고, 유효한 여권이 없어 자발적 출국이 불가능한 경우 강제구금 절차로 전환돼 최대 18개월의 구금이 가능합니다. 튀니지의 경우 외국인 법적 지위에 관한 유기법에 따라 유효한 여행서류 없이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고, 절차적 보호 규정이 사실상 부재해 즉각적인 인신구속 및 강제추방이 집행될 위험도 크다는 분석입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여권 무효화가 국제인권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현대 사회에서 외국으로 이동할 땐 여권이 필수적인 수단이므로 여권 무효화는 결국 이동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며 이미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럽인권재판소에는 관련 결정례들이 쌓여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국가의 여권 무효화가 국제법에 반해 위법하다고 판단 받은 경우는 △관련 법이 불명확하게 규정된 경우 △사유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 △기한을 두지 않은 경우 △정당하지 않은 목적 △덜 침익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권 무효화를 감행한 경우 △여권 무효화를 통해 달성하는 이익과 불이익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김 변호사는 "해초에 대한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시도에는 이 모든 위법성이 다 있다"며 "여권 무효화를 시도하는 '해초의 안전'이라는 목적이 정당한지가 우선 문제가 되지만,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출국을 한 해초에게 여권 무효화는 해초를 사실상 무국적자로 만들어서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씨는 가자지구 봉쇄에 반대하는 구호선단에 참가해 배를 타고 가자로 향하다가 이스라엘군에 배가 나포돼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뒤 이틀 만에 풀려난 바 있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지난달 25일 김씨에게 '7일 이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 여권을 무효화한다'는 반납명령을 발송했고, 이는 이틀 뒤인 27일 김씨의 국내 거주지에 송달됐습니다.
외교부가 김아현씨(활동명 해초)에게 지난 달 25일 발송해 27일 송달된 여권 반납명령 통지서. (사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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