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기술수출의 명암)③잭팟 공시 뒤 숨은 반환 리스크
역기저 효과에 따른 외형 축소 부작용
권리 반환 시 회계 손실·비용 부담 야기
적응증 변경해 재수출하거나 자체 개발
2026-03-25 06:00:00 2026-03-25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23일 16: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 규모를 늘리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라이선스 아웃(L/O)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다만 화려한 계약으로 이목을 끈 뒤에 실패한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잡기까지 기술이전 트렌드의 변화를 짚어보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기술이전이 성배인지 독배인지를 따져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라이선스 아웃에 따른 대규모 선급금이나 단계별 마일스톤 유입은 당해 연도의 실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지만, 이는 이듬해 실적 축소라는 역기저효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더 나아가 권리 반환은 회계상 손실과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진=한미약품 홈페이지)
 
역기저효과에 따른 외형 축소 불가피…권리 반환 시 손실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SK바이오팜(326030)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유럽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로부터 유럽의약청 최종 판매허가 승인에 따른 마일스톤 1억 1000만 달러를 수취했다. 또한 중국 이그니스테라퓨틱스로부터 세노바메이트 상업화 권리 부여에 따른 기술이전 계약금 20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2021년 매출액은 418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926억원 폭증했다. 특히 세노바메이트 용역 수출 매출은 2020년 76억원에서 2021년 3007억원으로 약 3856%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잭팟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2022년 매출은 2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급감했고, 세노바메이트 용역 수출 매출 역시 472억원으로 약 84.3% 줄어들며 외형 축소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사측은 "대규모로 발생했던 세노바메이트 유럽 승인 마일스톤과 중국 이그니스사 관련 매출의 소멸 효과"라고 설명했다. 즉, 일시적인 수익이 빠지면서 매출 규모가 직전 연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성장을 지속하면서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은 2023년 3549억원, 2024년 5476억원, 2025년 7067억원 등 견조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결과적으로 일시적 충격을 극복하며 본궤도에 진입했다.
 
역기저효과에 의한 실적 변동성을 넘어서 파트너사로부터의 권리 반환은 직접적인 회계상 손실을 야기하며 더 큰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2015년 사노피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3개 품목의 독점적 권리 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계약은 바로 이듬해 계약 내용이 변경되면서, 수취했던 계약금 4억유로 가운데 1억 9600만 유로를 반환하게 됐다. 당시 회계처리는 계약금 중 2억 400만 유로를 일시 수익으로 인식한 후, 계약 변경에 따라 부채로 계상된 1억 9600만 유로를 반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후 2020년 사노피의 사업 전략 변경을 사유로 해당 권리는 결국 완전 반환됐다.
 
 
 
임상 비용 부담에 존폐 기로 서기도…새로운 기회 창출 여부 관건
 
더 심각한 문제는 파트너사가 부담하던 임상 비용을 개발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때 발생하는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現 파라택시스코리아(288330))가 대표적이다. 이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 반환과 임상 실패가 겹치며 사실상 기업 정체성마저 흔들린 사례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을 총 계약 금액 약 1조 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그러나 베링거 측의 전략적 사유로 인해 바로 이듬해인 2020년 11월 권리가 반환됐다.
 
당시 권리 반환 사유는 해당 후보물질의 잠재적 독성 우려에 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브릿지바이오는 베링거 측으로부터 제반 자료를 모두 돌려받아 자체적인 보충 연구와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을 강행한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문제는 그간 파트너사가 부담하던 막대한 임상 비용을 직접 지출하게 되면서 매년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2020년 130억원이었던 브릿지바이오의 연구개발비용은 2021년 207억원, 2022년 376억원까지 늘어났으며, 2023년에는 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막대한 지출은 고스란히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은 2023년 215.2%(법차손 425억원, 자기자본 197억원), 2024년 72.3%(법차손 199억원, 자기자본 276억원)로 기준치인 50%를 웃돌았고, 결국 지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관리종목 지정까지 감수하며 연구개발을 지속했으나, 끝내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신약 개발 지속을 위한 자금 확보가 한계에 다다르자, 지난해 6월 이정규 대표는 경영권을 미국계 가상자산 투자사인 파라택시스 측에 넘기기로 결정하며 최대주주와 주력 사업이 변경됐다. 현재 회사는 파라택시스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투자 및 운용을 주력으로 하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이로 인해 기존 핵심 사업이었던 바이오 사업은 사내 한 부문으로 축소됐으며, 바이오사업부 매출은 2023년 1억원에서 2024년 200만원, 2025년 3분기 누적 900만원으로 급감해 현재는 디지털 자산 사업부의 매출 반영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물론 모든 반환 사례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얀센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비만·당뇨 치료제로 기술수출했다가 2019년 권리를 반환받았다. 하지만 이후 적응증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으로 변경해 2020년 미국 머크(MSD)에 1조원대 규모로 재수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사노피 반환 품목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한국형 비만치료제로 재설계돼 부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노피의 전략 변경으로 권리가 반환됐지만 사측은 해당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후속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10월 임상 3상 승인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임상을 종료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정희령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추산되며, 국내 영업력 및 가격 경쟁력 바탕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 첫 해 매출 목표 1000억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체중 감소율 및 개선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점유율 높여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아직은 약가 인하 진행 더딘 상황으로, 가격 경쟁력 바탕으로 출시 시 전반적인 가격 인하가 예상되나 이를 뛰어넘는 수요 증가로 전체 시장 성장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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