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위험한 '원맨쇼'
자치분권 정부서 '청와대 힘의 집중↑'…지독한 '역설적 딜레마'
2026-03-22 17:00:00 2026-03-22 17:00:00
대통령만 보인다. 국무총리도 내각 장관도 청와대 참모진도 안 보인다. 유튜버 김어준씨와 설전할 때나 존재감을 드러낼 뿐. 사실상 대통령 원맨쇼다. 부동산 정책부터 검찰·사법·언론 개혁까지. 역대급 퍼포먼스다.
 
결과는 쪽박 아닌 대박. 수치가 증명했다. 국정 지지율은 60% 후반대. 코스피는 5781.20(지난 20일 종가). 추상적 거대 담론보다 디테일에 강한 깨알 리더십이 통한 결과. 정책을 풀어내는 언어 구사도 분명하고 간결하다. 정사를 친히 살피는 대통령의 언어가 명쾌하니, 정치 효능감이 높을 수밖에. 
 
안 보이거나 김어준과 싸우거나
 
하지만 정치는 '숫자 밖 예술'의 영역. 지지율·코스피에 매몰되면 '부작용'이 보이지 않는다. 상처 난 환부가 썩을 때까지. 그때는 봉합도 못 한다. 완전히 도려내기 전까지는. 대표적 부작용은 대통령 원맨쇼에 응당 따라오는 '청와대 정부 시즌2' 논란. 핵심은 국정 시스템 오작동과 만기친람 리더십. 
 
지난해 10월12일 청와대(당시 대통령실) 공지. 핵심은 백해룡 경정의 서울동부지검(검사장 임은정)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 파견. '이 대통령→정성호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의 지시 체계와 관계없이 청와대가 이를 발표하는 순간, 대통령과 백 경정 사이의 모든 시스템은 일거에 무력화.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엑스(구 트위터)에 올리는 부동산 대책. 대통령이 불철주야 만기친람하니, 국토교통부는 물론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당국 수장들은 시나브로 병풍으로 전락. 
 
이 와중에 빈번한 당·정·청 갈등. 2차 검찰개혁 과정이 대표적. 급기야 대검찰청 차장 출신인 봉욱 민정수석 배제 논란까지. 특히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도 수정안을 둘러싼 당·정·청 간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교통정리. 가뜩이나 안 보이는 국무총리나 법무부 장관이 어김없이 뒤로 밀렸다. 역대 정부에서 늘 따라붙던 '책임총리' 레토릭도 증발한 마당에. 
 
자아 팽창 억제는 대통령 덕목
 
앞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땐 명심(이 대통령 의중)을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당권파가 정면충돌했다. 전례 없는 임기 초 차기 당권 투쟁. 청와대 정무 기능에 대한 오작동 우려는 합리적 문제 제기. 
 
사방이 고장 난 레코드니,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야바위꾼에 둘러싸여 장님무사로 전락한 게 문제였다면, 호위무사 없는 이 대통령은 나 홀로 막후 조정부터 최종 교통정리까지 하는 게 딜레마다. 충신 부재의 풍선효과는 '뉴 이재명'이라는 팬덤 정치화 강화. 팬덤 정치와 SNS 빈도수는 비례. 다만 강력한 연방제 국가인 미국 대통령이 SNS를 하는 것과 제왕적 대통령제인 우리의 행정부 수반이 말 한마디 정치를 하는 것은 천양지차. 
 
대통령 원맨쇼의 필연적 결과는 '청와대 정부' 가속화. 자율성 없는 내각과 입법 돌격대로 전락한 여당의 환상적 컬래버. 대국민 소통을 빌미로 청와대가 내각과 의회 위에 군림하는 건 그 자체로 현대판 군주정. 
 
이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SNS를 통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목도하는 건 옵션. 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 특별검사로 전준철 변호사(대북송금 재판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변호인)를 추천했을 때도 격노하지 않은 이 대통령이 유독 특정 현안에 대해선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대통령의 호통 정치는 격노만큼 해악이다. 자아 팽창의 억제는 최고 권력자의 과제. 대통령 역린을 숨기는 것도 마찬가지. SNS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 역린의 체크 리스트. 
 
자치분권 정부에서 청와대 힘의 집중이 되레 커지는 이 지독한 역설. 각 부처 실국장들이 내각 수장 대신 대통령 심기만 살피지 않겠나. 청와대 정부 시즌1인 문재인정부에선 청와대가 각 부처 실·국장 인사까지 관여했다는 말이 파다했다. 구중궁궐 청와대는 레임덕(권력 누수)의 시작. '더 강한 청와대'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역사적 책무다. 지지율 60%대 후반대니, 6000피니 하는 숫자는 아침 안개와 같이 사라질 신기루. 역사가 증명했다.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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