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성과급 전쟁)①호황의 역설…돈 벌수록 커지는 보상 갈등
SK하이닉스, 영업이익 10% 성과급 재원 활용
삼성전자, EVA 기반 성과급 지급에 노사 갈등 심화
보상 격차 확대에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도 내홍
2026-03-23 06:00:00 2026-03-23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9일 16: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주요 그룹사들이 임직원 보상 체계 손질에 나서고 있다. 연봉과 현금 성과급 중심의 기존 보상 방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업별·업종별 보상 격차는 인재 유출과 조직 결속력 약화라는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보상 구조 변화와 그 이면의 내부 갈등 등 재계의 속사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보상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자, 삼성전자(005930)·HD현대일렉트릭(267260)·효성중공업(298040) 등 주요 기업에서는 기존 보상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단순 연봉 인상에서 벗어나 성과급과 주식 기반 보상까지 확대되면서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성과급을 둘러싼 기대와 실제 보상 간 괴리가 커지면서 내부 갈등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실적 호황이 촉발한 성과급 제도 개편 목소리
 
19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산업 호황에 따라 주요 그룹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성과급 체계가 올해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실적 급증에 따라 임직원 사이에서 보상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호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47조원을 기록하면서 단순 계산으로도 수조원대 규모의 성과급 재원이 형성된 셈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기본급의 수배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 개편 이후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사업부문(DS)을 중심으로 제도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OPI(초과이익성과급) 지급 기준은 EVA(경제적 부가가치)에 따르고 있다. 영업이익과 별도로 매년 회사가 집행하는 설비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야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OPI 50% 기준을 초과하는 성과를 경쟁사 수준 이상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OPI 50% 상한을 유지하는 대신 재원 산정 기준을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EVA 중심의 OPI 구조가 유지되면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체감 보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동일 업황 속에서도 기업별 보상 격차가 확대되면서 인력 이동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핵심 인력의 시장 가치가 급등하면서 보상 수준이 사실상 인재 확보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인건비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성과급 규모와 지급 방식이 인재 유출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급 보상 격차에 나타나는 내부 균열
 
호실적에도 성과급 분배 구조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상 총액이 아닌 분배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내부 균열로 번지는 양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역시 역대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상한제 적용으로 실제 지급 규모가 제한되면서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업황 호황과 체감 보상 간 괴리가 산업 전반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역시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면서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이 표면화되고 있다. 노조 내 다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DS부문은 실적 급증을 근거로 성과급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모바일과 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은 보상 쏠림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다. 성과급 상한이 폐지될 경우 실적이 집중된 사업부로 보상이 몰리면서 동일 기업 내 보상 격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도체 업황이 급락했던 시기에는 다른 사업부가 실적을 방어했던 만큼 특정 사업부 중심의 보상 확대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사업부에서는 오히려 조직 내 노노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갈등은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조직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과급이 사업부별 실적에 강하게 연동될수록 조직 내 이해관계가 분리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소속 한 노무담당자는 <IB토마토>에 "성과급은 규모보다 분배 방식이 더 중요한데 사업부 간 실적 격차가 커질수록 내부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 "성과급 상한제 폐지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호황기 이익을 과도하게 배분할 경우 향후 투자 재원과 재무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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