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담합 과징금 예상치 대폭 하회…은행권 행정소송 검토
2026-01-21 13:39:39 2026-01-21 14:49:09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2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자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조원 안팎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담합으로 본 것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공동 대응으로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 교환 담합' 첫 제재
 
공정위는 21일 이날 4개 은행에 대해 2720억1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LTV 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한 것입니다.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869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 순입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 행위 금지의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 조건인 LTV 정보를 장기간 사전에 공유하며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습니다. 은행들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LTV 정보를 조직적으로 교환했고, 이를 활용해 담보대출 한도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 직접 만나 종이 문서 형태로 LTV 정보를 주고받은 뒤 이를 엑셀 파일로 정리했고 이후 문서를 파기하는 방식으로 정보교환을 이어왔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보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내부 인수인계까지 이뤄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정보교환을 통해 은행들이 특정 지역·특정 부동산 유형에서 경쟁 은행보다 LTV가 높을 경우 이를 낮추고, 반대로 낮을 경우에는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조정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4대 은행의 LTV가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고 은행들은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반면 차주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중소기업 등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의 경우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피해가 더 컸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들 "담합 아닌 정보 교환"
 
전체 과징금 규모는 2700억원으로 당초 시장에서 전망했던 1조원 수준보다는 대폭 하회하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과징금 규모만으로는 "최악은 피했다"고 보면서도,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단한 것에서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1조원대 과징금 얘기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실제 금액은 훨씬 낮은 수준이라 일단은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LTV 정보교환을 곧바로 담합으로 본 공정위 판단에는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정보를 공유한 이후에도 각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에 경쟁 제한성이 없으며 LTV를 낮추면 오히려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은행이 담합으로 얻을 이득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은행들은 정보교환 행위 자체를 보인하고 있지 않지만,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소비자 피해로 직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문제 삼는 상당 부분은 기업대출과 관련된 것인데 은행의 기업대출은 담보부터 보고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자금 사용 목적과 기업 신용평가가 우선이고 담보는 맨 마지막에 고려하는 요소"라고 했습니다.
 
담보를 설정하면 은행이 설정·말소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LTV를 조정해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공정위의 논리는 대출 현장과 동떨어진 억지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 수순
 
은행들은 앞으로 행정소송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식 처분서와 산정 근거가 담긴 통지서를 받아본 뒤 법적 대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처분서와 산정 근거를 확인한 뒤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소송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LTV 담합 과징금 건이 금융업에 대한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으로 불거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중소업체의 단말기 판매를 제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주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SK텔레콤의 행위가 관련 고시 및 법규에 따른 정당한 업무 처리였다고 판단하며 공정위의 제재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당시 공정위가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무리한 제재를 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LTV 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역시 금융 산업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법 논리만 적용한 결정"이라며 "과거 SK텔레콤 사례처럼 공정위의 업무 미숙이나 전문성 부족이 법정에서 증명된다면 이번 과징금 처분 역시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하고 2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조원 규모보다는 대폭 하회한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과 동시에 행정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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