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 인간은 점점 더 빠른 기술의 속도 앞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과 자동화가 삶 깊숙이 스며든 지금 인간의 인지와 온기, 존엄은 어디에 놓여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철학 에세이 『호모 모달러』가 이달 출간됩니다.
저자 유리 한(YURI HAN)은 필명 '하루'로 이 책을 통해 AI를 설명하는 기술서도,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전망서도 아닌 기계의 시대 속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서 있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호모 모달러』에서 AI 문명은 자율적인 힘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거울로 그려집니다. 거울은 스스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으며 그 앞에 선 인간의 인지, 태도, 숨결을 그대로 비출 뿐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기술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혼란이 기술의 속도 때문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자신의 인지, 존엄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렇기에 기계를 정복하거나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인간 안의 '호모(HOMO)'를 다시 깨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호모 모달러'는 저자가 직접 만들어낸 단어로 여러 모달이나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술의 방향은 인간의 기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인지와 존엄이 결정한다는 믿음에서 비롯합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로 서 있느냐에 따라 기술은 차가운 도구가 되기도 하고 인간의 본질을 증폭하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술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인간으로 더 분명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묻습니다.
사유의 여정은 하나의 상징적 서사를 통해 전개됩니다. 작가는 'AI'라는 이름의 배에 승선해 항해를 시작하고 그 여정 속에서 12명의 현인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단 인간이 스스로의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한 질문의 좌표입니다. 이 항해를 따라가며 기계의 속도가 아닌 자기 존재의 리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저자는 세 가지 인간으로 사는 법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이는 존재의 리듬, 둘째는 데이터 너머에서 세계의 숨결을 읽어내는 깊이의 인식, 셋째는 깨어 있는 인지를 바탕으로 직접 움직이고 흔적을 남기는 실천입니다. 이는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인간으로 또렷하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제안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책의 표지 이미지에도 담겨 있습니다. 표지에는 하나의 거울이 등장하고 그 거울 속에는 잔잔한 작은 호수가 비칩니다. 이는 저자가 사유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바라본 자연처럼 고요한 인간의 마음을 가리킵니다.
『호모 모달러』는 AI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은 기술이 인간과 가장 가까워진 시대이기에 어느 때보다 인간의 마음을 다시 꺼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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