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뇌는 어떻게 신체 소유감을 만드는가
뇌의 두정엽 알파파가 핵심 역할
자아 경계 왜곡 이해하는 데 도움
2026-01-19 11:04:47 2026-01-19 11:04:47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이 손이 ‘내 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이 하나의 독립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감각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 당연해 보이는 ‘몸의 소유감(body ownership)’은 뇌가 시각과 촉각 등 여러 감각 정보를 정교하게 통합한 결과입니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의 신경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뇌파 리듬, 특히 두정엽 알파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인간이 ‘내 몸의 주인’이라는 감각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뇌가 자기 몸의 소유감을 느끼는 것을 시각화했다.(이미지=챗GPT 생성)
 
몸 감각 하나로 묶는 ‘시간 통합’
 
뇌가 신체 소유감을 형성하는 핵심 과정은 서로 다른 감각 정보를 시간적으로 얼마나 정확히 맞춰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눈으로 본 장면과 손으로 느낀 촉각을 동시에 경험할 때, 그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하고 ‘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두 감각 사이에 시간적 어긋남이 크다면, 뇌는 이를 서로 다른 사건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참가자들에게 시각 자극과 촉각 자극 사이의 시간 차이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하나는 고무손이 자신의 손처럼 느껴지는지를 판단하는 신체 소유감 판단(body ownership judgment) 과제였고, 다른 하나는 두 감각 자극이 동시에 발생했는지를 평가하는 동시성 판단(simultaneity judgment) 과제였습니다. 이 두 과제는 모두 감각 신호 사이의 미세한 시간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 즉 시간적 정확성(temporal precision)에 크게 의존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참가자마다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알파파 주파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은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시간 통합 창(time integration window)’이 좁았으며, 시각과 촉각 사이의 아주 작은 지연도 정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이들은 고무손 실험에서도, 감각 정보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만 고무손을 자신의 손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내 몸’이라는 판단 기준이 보다 엄격하고 정밀했습니다.
 
반면 알파파 주파수가 낮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시간 통합 창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시간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감각 자극도 하나의 동시적 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신체 소유감 판단에서도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런 결과는 알파파의 주파수가 뇌의 시간 해상도를 결정하며, 그 차이가 곧 자기 신체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정도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알파파가 단순한 상관 지표가 아니라 지각 경험에 인과적으로 작용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경두개 교류 전기자극(transcranial alternating current stimulation, tACS)이라는 비침습적 기법을 사용해, 참가자의 두정엽 알파파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조절했습니다.
 
그 결과, 빠른 알파 주파수로 자극했을 때에는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시간 통합 창이 좁아졌고, 신체 소유감 판단과 동시성 판단 모두에서 수행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됐습니다. 반대로 느린 알파 주파수로 자극했을 때에는 시간 통합 창이 넓어지며 두 과제의 정확도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는 알파파가 단순히 뇌 상태를 반영하는 현상이 아니라, 뇌의 시간 처리 방식과 주관적 체험을 직접 변화시키는 인과적 요인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전산 모델(computational modeling)을 적용했습니다. 이 모델은 뇌가 감각 신호 사이의 시간 차이를 평가할 때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분석 결과, 알파 주파수는 이 불확실성을 조절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알파 주기가 빠를수록 뇌는 시간 정보를 더 세밀하게 평가해 불확실성을 줄였고, 주기가 느릴수록 시간 판단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실제 손과 고무손에 가해지는 시각·촉각 자극의 시간 차이를 조절해, 뇌가 ‘내 몸’이라고 느끼는 조건을 측정한 실험을 보여주는 그림.(이미지=Nature Communications)
 
‘나’의 경계를 계산하는 뇌
 
이 계산 원리는 왜 같은 감각 자극을 경험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강하게 ‘내 몸의 경험’으로 느끼고,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발견은 자기 신체의 경계(Self-entity boundary)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뇌의 시간 처리 리듬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이 향후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자아 경계 왜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마리아노 단젤로(Mariano D'Angelo)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자아감이 손상된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보철과 신경 재활에서의 신체 일체감 향상, 가상·증강현실(VR·AR)과 같은 몰입형 기술의 발전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헨릭 에르손(Henrik Ehrsson) 박사는 “더욱 우수한 의수족 개발과 더욱 현실적인 가상현실 경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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