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이 기업가치 바꿨다…'시총 100조' 진짜 이유
3주 만에 주가 70% 급등…시장 내 위상 급변
완성차 프레임 벗고 AI·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동
로봇 양산 일정이 다음 주가 방향 가른다
2026-01-23 17:15:10 2026-01-23 17:15:1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현대차(005380)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재평가받으며 기업가치의 축을 바꾸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주가가 단기간에 70% 넘게 급등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배경에는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닌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더 이상 전통 완성차 기업의 잣대로 평가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연초 29만8000원 수준에서 이달 23일 51만원까지 치솟으며 불과 3주 만에 약 71% 급등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장중 55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2조원을 넘어 처음으로 '시총 100조 클럽'에 입성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60조원대에서 이달 7일 70조원, 13일 80조원, 19일 90조원을 차례로 넘어선 뒤 21일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시가총액 순위 역시 1년 전 5위에서 현재 3위로 두 단계 상승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기 주가 랠리가 아닌 구조적 재평가의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재평가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입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가상 공간에 머무는 것을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공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동작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대차는 이 영역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자동차 생산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전환점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단순 시연을 넘어 실제 양산과 공장 투입을 전제로 한 모델로 평가받았습니다. 사람처럼 걷고 관절을 활용해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아틀라스는 연구용 로봇의 한계를 넘어 제조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단계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로봇이 고위험·고강도 작업을 담당하고 인간 노동자는 공정 관리와 품질 감독에 집중하는 구조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힙니다.
 
증권가는 로봇이 미래 성장 스토리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작동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2029년 이후 현대차가 자체 공장을 넘어 외부 고객사까지 확보하며 연간 1조원 규모의 로봇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로봇은 폼팩터가 정해지면 표준화와 모듈 생산이 가능해 자동차보다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제조원가 내 인건비 비중은 7~8% 수준"이라며 "2028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 속도에 따라 매년 1%포인트 내외의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로봇 활용이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생산 원가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재평가 역시 현대차 주가에 프리미엄을 얹고 있습니다. KB증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128조원으로 산정하며 2035년 예상 매출 404조원, 영업이익 62조원이라는 장기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함께 선두 그룹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입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 생산성 혁신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이 결합될 경우 현대차는 단순 완성차 업체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적 자산 변화도 재평가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최근 엔비디아 부사장을 지낸 박민우 신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현대차그룹에 합류했습니다. 박 사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하던 핵심 임원 출신으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차량용 AI 플랫폼 개발을 총괄하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기업의 핵심 인력이 완성차 기업으로 이동한 것 자체가 현대차의 정체성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본업 체력 역시 재평가의 밑바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연간 합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도 판매량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로봇 중심의 사업 전환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합니다. 최근 현대차 노동조합은 생산 현장 내 로봇 투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아틀라스의 1대당 가격을 약 2억원, 연간 유지 비용을 1400만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을 감안하면 약 2년 이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로봇 기업으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중장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단기 주가 조정보다 구조적 변화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 역량 위에 로봇과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현대차의 사업 구조가 이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완성차 레거시 업체들 중에서 피지컬 AI로의 전환이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율주행 기능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 차례 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차그룹 미디어데이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왼쪽)'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공개됐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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